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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서도 거죠. 되고를 거울 마지막으로380년의 세월을 지켜온 정경부인 조애중의 신주. 문희순 문학박사·충청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제공


1636년 12월 16일. "저물 때에 일봉이가 (남한)산성으로부터 나와 영감의 편지를 가져왔다. 편지에 적으시기를 '일이 급하게 되었으니 짐붙이는 생각지도 말고 낮밤을 가리지 말고 청풍으로 가라'고 하셨다. 쉬고 있던 대복이에게 말(馬)을 거두게 하고, 선탁이와 대복이에게 양식을 실어 그날 삼경(밤 11시-새벽 1시)에 길을 나섰다. 덕생이는 그렇게 울면서 함께 가고자 하는 것을, 아이를 낳게 되었으니 길을 가다가 낳으면 죽을까 하여, 거기 있는 종의 집에서 피란하라고 하였다. 양식이 많이 있으나 다 두고, 다만 쌀 궤 하나를 가지고 오다가 상자는 다 거 개시결정후 기에 묻었다."
12월 26일. "이 해도 저물어 가는데 (남한)산성에서 기별은 아득하니, 애가 끊어지는 듯하여 망극 망극하다. 정신은 있으나 어찌 다 기록하리. 생각나는 족족 적는다."
이 기록은 조애중(曺愛重, 1574-1645)의 '병자일기' 첫머리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일기는 조애중이 병자호란으로 가까운 친인척들과 월드 럭셔리 엑스포 황급히 피난길에 오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때 조애중의 남편 남이웅(南以雄, 1575-1648)은 인조를 호위하기 위해 남한산성에 있었다. 남이웅은 일봉이라는 집안 노비를 시켜 이미 피난길에 오른 아내에게 화급한 편지 한 통을 전달하였다. 요는 '일이 급하게 되었다. 낮과 밤을 가리지 말고 서둘러 청풍으로 가라. 짐붙이는 생각하지도 말라.'이다. 이때 sbi저축은행 모델 한지우 조애중은 63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였다.



병자일기 표지. 문희순 문학박사·충청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제공


◇남쪽으로 남쪽으로 떠난 피난살이
1636년 12월 8일, 청나라 적병의 선봉대는 심양을 출발 서울 분양아파트 하여 조선 침공을 감행하였다. 12월 14일, 엿새 만에 한양이 뚫렸다. 그야말로 파죽의 기세였다. 다급해진 조선의 조정은 강화도로 이동하려 하였다. 그러나 강화도로 가는 길은 청나라 군대에 막혀 버렸고, 인조와 일부 대신들이 남한산성으로 피신하였다. 눈바람 속에 발발한 전쟁과 피난. 조선 사회는 그야말로 충격의 도가니에 빠지게 되었다.
100만원인터넷대출 조애중의 피난행차는 십여 명의 친인척이 함께 했다. 그런데 '빨리 청풍으로 가라'는 남편의 지시가 있었으나, 청나라 군대가 청풍 방향으로 갔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조애중 일행은 급하게 방향을 틀어 호서 지역으로 피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이동한 경로가 화성→진위→평택→신창→당진→서산→홍주→죽도→서산→신평(당진)→대흥(예산)→청양→여산이다. 피난 5개월째에는 전라도 여산까지 내려갔다. 여산은 조애중이 믿고 의지하는 형님 '의주댁'이 살고 있고, 종 후명이와 수길이도 살고 있었다. 여산에서는 몇 개월을 머무르며 직접 농사에 관여하기도 했다.
조애중은 피난길에서의 숙식을 각 지역에 살고 있는 친지와 노비 등의 집에서 해결했다. 조애중 집안 소유 전답은 전국적으로 골고루 분포되어 있었다. 토지를 전국망으로 소유하게 된 배경은 시댁 남 씨네가 누대로 벼슬이 끊이지 않아 부유했던 데다가, 남편 남이웅이 1624년 이괄의 난을 평정하는 데 공을 세워 진무공신(振武功臣) 춘성군(春城君)에 봉해지면서 하사받은 노비가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조애중이 한 달 동안 피난살이 했던 섬인 충남 홍성군 서부면 죽도 전경. 홍성군 제공


◇무인도 죽도에서 찬밥에 눈을 녹여 먹다
조애중 일행은 피난 한 달째인 1637년 1월 16일 새벽녘 무인도 죽도에 닿았다. 오늘날 죽도는 20여 가구의 사람이 사는 섬마을이지만, 병자일기에는 무인도로 기록되어 있다. 홍성 남당항에서 뱃길로 10여 분이면 도착한다. 죽도(대섬)는 이름 그대로 대나무가 많은 섬이다.
죽도에서의 피난살이는 육지에서의 피난살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참혹했다. 죽도에 다다른 첫날은 지어간 찬밥을 눈 속에서 몇 숟가락씩 나누어 먹었다. 충이와 어산이라는 노비가 연장도 없이 대나무를 베어 생 댓잎을 땅바닥에 깔고, 댓잎으로 지붕을 덮었다. 가까스로 두 간 길이의 문 하나를 달아 움막을 만들었다. 조애중은 이 움막을 '명막(명매기)의 집 같다'고 표현하였다. 명매기는 제비와 비슷하게 생긴 새다. 명매기의 둥지는 호리병을 반으로 잘라 놓은 듯한 모습이다. 입구는 병의 목처럼 좁고 긴데, 안쪽을 동굴처럼 만들어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게 하는 특징이 있다.
조애중의 친인척 여성 열네 명이 그 명매기 집 같은 댓잎 움막 안에서 날을 새고, 종들도 대나무로 막을 만들어 의지하고 지냈다. 죽도는 물이 없는 섬이라 대나무 수풀에 가서 눈을 긁어와 녹여서 먹었다. 죽도로 피난 온 다른 사람들은 거룻배로 나가서 물을 길어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조애중 일행은 거룻배도 없고 그릇도 없어서, 한 그릇의 물도 얻어먹지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조애중은 죽도에서의 피난 생활에 대하여 "밤낮으로 남편이 있는 남한산성만을 바라보며 통곡 또 통곡하고 싶을 뿐이다."라고, 그 극한의 고통을 기록하였다.



병자일기 속지. 문희순 문학박사·충청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제공


◇하늘아, 하늘아! 통곡하며 써 내려간 한글 일기
조애중은 슬하에 4남 1녀의 자녀를 낳았으나, 자녀들이 한 명도 살지 못하고 요절하였다. 조애중은 친가나 시가가 대대로 벼슬살이를 한 넉넉한 사족 집안의 자녀로 태어나 순탄한 삶을 구가했다. 그러나 자녀들의 잇따른 죽음과 전쟁으로 인해 삶의 새로운 국면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조애중은 국가의 위란과 남편과의 분리, 자녀의 죽음을 직면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일기에 오롯이 담아내었다.
피난 여정 중에도 죽은 자녀들의 생일이나 제삿날에는 다례와 술잔을 올리며 "아이고 아이고, 창천아 창천아!"를 외치며 절규하였다. 남편 남이웅은 남한산성으로 인조를 호종하였다가, 이듬해 2월 5일에는 소현세자와 함께 오랑캐 땅 심양으로 끌려가 1년 3개월간 억류생활을 하였다. 조애중은 남편이 귀환하기까지 백척간두의 국가상황에 숨이 막혔다. 이러한 상황을 일기 도처에서 '통곡통곡, 망극망극!'이라 표현하며 눈물 흘렸다.
병자일기에 등장한 인물은 대략 친인척 119명, 지인 148명, 노비 85명이다. 대하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등장인물 규모이다. 조애중은 친족과 빈객, 노비들과 관계 맺고 공존하며 피난기 운명공동체를 형성하였다. 신분과 귀천을 뛰어넘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 '삶에 대한 성찰'로 이어져, 그녀의 삶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었다. 문희순 문학박사·충청문화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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