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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대 어르신이 정근영 수완동 행정복지센터 맞춤형복지2팀장(사회복지사), 이선영 주무관(간호사)에게 광주다움 통합돌봄 서비스 항목에 대해 듣고 있다./광주=장윤서 기자


채무 “할머니, 밥은 끼니마다 꼬박꼬박 챙겨 드시나요? 병원 다니실 때 걷는 데 불편함은 없으신가요?”
유례없는 폭설로 인해 눈이 수북이 쌓였던 지난 2월 4일 전남 광주 광산구 수완동의 한 아파트. 정근영 수완동 행정복지센터 소속 맞춤형복지2팀장(사회복지사)은 주머니에 있던 종이와 펜을 꺼내 들었다. 90대 최순희(가명)씨의 국민캐피탈 돌봄 상황을 체크하기 위해서다.
종이에는 돌봄 서비스 관련 15개 항목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일시재가, 방문목욕, 식사지원, 방문구강교육, 동행지원, 방문간호, 방문맞춤운동, AI 안부전화, 대청소, 방역·방충.
최 씨는 이 서비스 항목 중에서 일시재가, 동행지원, 식사지원(반찬서비스)을 받기로 했다. 같은 아파트에 캐피탈회사 사는 이웃이 최 씨의 상황을 걱정해 행정복지센터에 그의 돌봄을 요청했다고 한다.



90대 어르신이 이선영 주무관(간호사)에게 혈압, 당뇨 등 건강 상태를 확인받고 있다./광주=장윤서 기자


광주시는 2023년 4월부터 은행저축금리 ‘광주다움 통합돌봄’ 서비스를 개시했다. 본인이 아닌 가족, 이웃 누구라도 전화 한 통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돌봄콜(1660-2642)’, 돌봄이 필요한지를 공무원이 먼저 살피는 ‘의무방문’ 등을 제공한다. 한국 복지 제도의 ‘신청주의’와 ‘선별주의’의 한계점을 극복한, 보편적 돌봄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1인당 연간 지원 한도는 다음 150만원이다. 위급상황 시에는 150만원 내 추가 지원이 가능하다. 지원 대상은 중위소득 90% 이하 전액 지원, 90% 초과 전액 본인부담이다.
광주시는 실행을 보장하기 위해 시-구 조직을 개편하여 ‘전담부서’를 설치(담당인력 44명)하고 96개 동에 케어(보살핌) 매니저 336명을 지정했다. 또, 민간 돌봄서비스 기관 59개(840명)를 선정했다. 행정과 민간의 협업 절차를 돕는 ‘정보시스템’도 지난해 7월 1일 개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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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적 노인 구제 건수가 다수
이날 만난 공무원들은 “상상 이상의 상황에 처한 노인들을 자주 접했다”고 말했다.
허리 통증으로 화장실조차 갈 수 없어서 이불에 소변을 누며 살지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부끄러워 스스로를 집안에 가둬 버린 사례, 썩은 음식을 먹으며 쓰레기 더미에 파묻혀 살던 80대 독거노인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 이웃이 돌봄콜로 행정복지센터에 민원을 넣어 발견된다.
정 팀장은 “자식과 연을 끊은 할아버지가 자신이 치매에 걸렸는지도 모른채 상한 음식을 먹으며 살고 있었는데, 공무원들의 오랜 설득 끝에 병원 치료를 시작한 사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지난 1년여 동안(2024월 1일~2024년 12월 31일) 1만639건의 접수 건 중 8595명을 지원했다. 지원 대상 중에는 노인이 압도적으로 큰 비중(82.2%)을 차지했다. 또 1인 가구 비율이 73.5%로 가장 높았다. 2인 가구 21.9%, 3인가구 4.6%였다.



광주광역시 통합돌봄 현황./그래픽=정다운


최대 히트 상품은 밑반찬 배달
하지기능 장애를 앓고 있는 김재석(가명·70)씨는 집 안에서도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기 어려워 하루 대부분을 거실에 앉아 보낸다. 주방까지 가는 것조차 버거워 식사는 바닥에 그릇과 조리도구를 놓고 해결한다. 현관문도 잠그기 어려워 열어 두고 지낸다.
김 씨는 ‘통합돌봄’ 의무방문 서비스를 통해 도움의 손길을 받았다. 끼니 해결이 가장 시급해, 식사지원(밑반찬) 서비스부터 제공받았다. 방문한 공무원들은 화장실 전등이 꺼져 있는 걸 보고 즉시 수리 서비스를 연계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들에게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일까. 의외로 삼시세끼를 챙겨 먹는 일이라고 한다. 광주시 통합돌봄 서비스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항목 중 하나가 밑반찬 서비스다.



통합 돌봄 서비스 항목을 체크하는 공무원./광주=장윤서 기자


앞서 수완동의 최 씨도 “허리와 다리가 불편한데, 시장까지 가려면 20분 이상 걸린다”면서 밑반찬 서비스를 가장 먼저 골랐다. 당시 정 팀장은 “수완동에는 화요일, 금요일 두 번 문 앞으로 반찬이 배송이 된다”고 안내했다.
돌봄 수요 폭증에 눈코 뜰새 없는 공무원들
취재에 동행한 김경명 광주시 돌봄정책과 팀장의 손에는 제주감귤박스와 통합돌봄 달력이 들려 있었다. 행정복지센터 공무원에게 제공할 소정의 선물이라고 했다.
그는 “광주에는 광산구, 북구, 서구, 남구, 동구 등 5곳의 구가 있는 데, 각 구 행정복지센터 공무원들이 협조하지 않았다면 통합돌봄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현장을 누비는 동 행정복지센터 공무원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돌봄 수요 폭증으로 행정복지센터 공무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서비스를 찾는 시민들이 늘면서 원래 두 명이 한 팀이 돼 움직여야 하는 데, 한 명이 가가호호 방문하는 경우도 많다.
공무원들은 바쁜 일정을 쪼개 돌봄 특화 교육 일정도 소화하고 있었다. 시 차원에서 행정복지센터 사회복지사, 간호사 등과 돌봄 공무원들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매월 교육 활동을 진행한다고 한다.
김 팀장은 “공무원들이 직접 가정에 방문해 돌봄 상황을 확인하고 서비스를 지원하기 때문에 주기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시는 한국보건복지인재원, 광주사회서비스원과 함께 매년 우수 통합돌봄 사례 공모전 시상식도 진행한다. 통합돌봄 사례를 발굴·확산해 공무원을 격려하고 현장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김기숙 주무관은 “생생한 돌봄 사례는 정책 실행의 길잡이가 된다”면서 “시민들에게 정책을 알리는 홍보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1년 100억 막대한 예산·인력 투입...“주무 부처 협의 필요”
광주시는 과감한 시도와 투자로 ‘통합돌봄’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2월 통합돌봄법(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는 기폭제 역할을 했고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돌봄 정책에 참고하겠다며 광주시를 잇따라 방문하고 있다.
문제는 막대한 예산과 인력 투입이다. 광주시 돌봄에는 약 1000여명 인력(행정 380명, 민간 837명)이 투입됐다. 올해엔 돌봄 서비스 종류가 26종(광주+돌봄 7대영역 13종, 자치구 특화 13종)으로 늘어나 1일 평균 70여건이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
광주시도 급격한 돌봄 수요 증가에 따른 지속적인 예산 확보가 가장 큰 고민이다. 광주시는 통합돌봄 첫 해였던 2023년 예산 102억 원을, 지난해 107억 원을 투입했다. 돌봄 수요가 늘면 필요 예산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 팀장은 “광주시가 매년 예산 약 100억원을 들여 돌봄 서비스를 추진하는데, 앞으로도 이것이 지속가능하려면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의 협조가 필요하다”면서 “사회복지사, 간호사 등을 관리·교육하는 일 역시 주무부처의 역할이 돼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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