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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평론가 이진숙의 예술의전당 시민 강좌 ‘미술사를 바꾼 101인의 예술가’는 지난 10년 동안 200석 이상 대형 강의실이 매회 전석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세 권으로 묶여 나온 ‘새로고침 서양미술사’는 이 강좌를 정리하고 보완해서 낸 책이다. 먼저 냈던 ‘인간다움의 순간들’(2020)과 ‘위대한 고독의 순간들’(2021)을 시리즈의 1권과 2권으로 삼고, 3권 ‘치유와 연결의 순간들’을 새로 집필했다. 르네상스에서 낭만주의까지에 걸친 1권, 라파엘전파부터 추상미술까지를 다룬 2권에 이어 3권은 다다이즘에서 포스트모더니 임대차계약서 즘까지를 대상으로 삼아 시기별로 주요 미술가들과 작품을 소개한다.
이탈리아 피렌체 예배당 벽화의 일부인 마사초의 프레스코화 ‘에덴동산에서의 추방’(1426~7)은 선악과를 먹은 죄로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아담과 이브를 그렸다. 이 주제를 담은 그림은 이전에도 없지 않았지만, 두 인물의 뒤로 드리워진 뚜렷한 그림자는 미술사의 새로운 단계를 절대필요 알리는 신호와도 같았다. 게다가 쫓겨나는 이브가 처절한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은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감정의 표출로서 보는 이의 공감과 동정을 자아낸다.
그로부터 100년 가까이 지난 뒤에 그려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1503~19)는 모델의 정체를 두고 여러 설이 맞서지만, 지은이는 “‘모나리자’는 그냥 웃는 평범한 여자” 신용보증해드림은행 라는 관점에서 이 그림을 해석한다. 그렇지만 “이브가 저지른 원죄로 얼룩진 지상에서 감히 웃는 여자”의 형상이란 “당시의 통념에서 벗어난 혁명이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대 피터르 브뤼헐(1525?~1569)이 종교적 억압이나 신화 속 영웅 서사의 중압에서 자유로운 보통 사람들의 일상과 행복을 그렸다면, 선구적인 여성 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159 10등급대출은행 3~1656?)는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나 ‘루크레치아의 자살’ 같은 작품들에서 젊은 시절 겪은 성폭행과 치욕스러운 재판 과정에 대한 분노를 격렬하게 표출했다.



일리야 레핀, ‘1581년 11월16일 이반 뇌제와 그의 아들’(1885).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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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의 후기작인 ‘의자에 앉아 있는 나이 든 여인’(1654)은 “알려진 바 없는, 평범한 여성이 그림의 주인공이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획기적”인데다 “인간이라면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것이 지은이의 평가다. 그런가 하면 사랑에 빠진 여성의 일상을 그린 얀 페르메이르(1632~1675)의 그림들은 “신화와 종교에서 벗어난 개인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미술사적 의미를 지닌다.
미술사에서 여성 모델이 아닌 여성 화가들의 역할은 무시되거나 과소평가되기 일쑤인데, 이 책의 지은이는 여성 작가들과 작품을 적극 발굴하고 평가한다. 앞서 언급한 젠틸레스키와 함께 메리 커샛, 쉬잔 발라동, 케테 콜비츠, 프리다 칼로, 조지아 오키프, 니키 드 생팔, 루이스 부르주아, 바버라 크루거, 제니 홀저, 키키 스미스 같은 여성 예술가들의 삶과 작업이 비중 있게 소개된다.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연인 디에고 리베라를 품에 안은 자신을 그린 프리다 칼로의 ‘우주의 사랑의 포옹’(1949)을 두고 지은이는 남성 예술가들에게 여성 뮤즈 팜앙팡(아이 같은 여성)이 했던 역할을 디에고가 프리다에게 했던 것이라며, “그녀를 그토록 괴롭혔던 디에고의 욕망, 무절제한 사랑, 낙천성, 과격함, 활력, 육체적인 쾌락과 힘, 때로는 타인에게 잔인하게 보일 수도 있는 자기충족적인 탐닉”이 옴앙팡(아이 같은 남성)으로서 디에고가 지닌 속성이라고 설명한다.



조지아 오키프, ‘멀리 보이는 골반’(1943). ⓒ Georgia O’Keeffe Museum / SACK


20세기 후반 이후로는 작가의 개성과 독창성, 서정성이 뒤로 물러나고, 미술 작품은 ‘창작’에서 ‘제작’으로 성격이 바뀌게 된다. “작가들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작품의 제작은 실제 전문가들에게 일임되는 방식”이 등장했다. 흔히 ‘비디오아트’로 불리는 백남준의 작업은 “서양미술사에서 소통을 중심에 놓았던 작품들의 긴 역사에 동양적인 사유를 접목해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와 함께, 좁은 전시장을 벗어나 자연과 인공 공간을 캔버스로 삼는 대지미술, 대량 생산과 소비의 현장을 압도적인 화면에 담은 안드레아 거스키의 사진들, 엘이디(LED) 사인으로 메시지를 지닌 언어 텍스트를 송출하는 제니 홀저의 작업, 그리고 “자라서 나쁜 어른이 되느니 차라리 자라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 같은 아이들을 그린 요시토모 나라의 그림 등이 새로운 시대의 환경과 문제에 나름의 방식으로 맞서며 소통과 연결 가능성을 모색하는 화가들의 대응을 보여준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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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다다익선’(1988). ⓒ 백남준 /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 제공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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