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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듯 미소지으며 사람은 사람은 되어서야 다가서더니대통령 윤석열이 이끌던 정부는 여러모로 기이했다. 보수정부 범주에 들어가긴 하지만 일반적 보수정부는 아니었다. 장기적 국가 비전은 없었고 대통령 부부의 개인적 관심사가 즉흥적 정책과 조치로 발표되는 일이, 주어진 임기의 절반 동안 내내 되풀이되었다.이제 우리는 이번 사건의 충격과 여파 속에서 비로소 윤 정부의 정체를 보다 잘 이해하게 되었다. 그런 배경이 있었기에 그런 말과 일들이 있었겠다는 이해다. 그럴 정도로 윤 정부는 어떤 균형 있고 체계 있는 정책 기조를 갖추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정부에는 대략 세 개의 핵심 기둥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학술적인 분석은 아니고, 기둥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사상누각에서 도드라진 꼭짓점들일 수도 있겠다.
첫째 기둥은 보수정부 부동산추가대출 에 공통적인 친기업·친시장 기조다. 하지만 윤 정부가 이 기둥을 치밀하게 세운 것은 아니었고 크게 공들인 것 같지도 않다. 전 정부와의 차별화 의도 속에서 소득 주도 성장 자리에 기업 경쟁력 위주 성장을 내세운 정도였다. 어쨌든 부자 감세가 초래한 국가 재정 곤란 상황이 빚어졌고 규제의 무분별한 완화가 잇따랐으며, 이런 기조가 실제로 기업들에 얼마나 도움이 국고채금리 되었는지도 의문스럽다.
두 번째 기둥은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의 식민주의 역사관이다. 홍범도 장군 동상과 건국절 소동부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놀랄 만한 관용적 태도까지, 민주진보 정부들과 시민사회가 소중히 여겨온 가치를 부정하는 데에 골몰했다. 이런 고집스럽고 편향된 관점은 외교정책의 균형마저 손상시켰고 정통 우파 인사들도 등을 보양산업 돌리게 했다.
세 번째 기둥은 다름 아닌 탈원전 폐기다. 윤석열에게 탈원전은 문재인 정부 정책의 대표 격으로 여겨졌고, 이를 뒤집는 게 거의 역사적 사명으로 인식된 것 같다. 신형 원전 개발과 수출뿐 아니라 다수의 신규 원전 건설이 원전 생태계 복원과 국가 성장동력이라는 말로 포장되었다. 앞의 두 기둥에 비해 이 세 번째 기둥은 막대한 부동산법률무료상담 예산 투입과 제도 변경이 수반되는 것이어서, 실질적으로는 윤 정부의 거의 유일한 정책 사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3기 이상의 신규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까지 포함하는 에너지믹스를 억지스럽게 구상하고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을 줄줄이 신청하는 노력은 그야말로 ‘핵폭주’라 할 지경이었다. 체코 원전 수출 파산선고기간 의 경제성을 따지는 기자의 질문은 무식한 것으로 치부되었고 탄소 감축이나 반도체 공장에 원전이 얼마나 쓸모가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대화는 거부되었다. 탄핵 정국 속에 지난 12월12일 대통령 담화에서조차 원전 예산이 삭감되었다고 야당을 규탄하고 중국산 태양광 시설이 전국의 산림을 파괴하고 있다고 그가 피를 토하며 외친 말은 사실도 아닐뿐더러, 그가 얼마나 원전을 중시했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탄핵과 함께 핵폭주도 진정될 수 있을까? 아마 다음 정부도 세 개 이상의 더 제대로 된 기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기둥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세 번째 기둥은 간단하지 않다. 어느 정당의 누가 되었든 윤 정부의 그것을 대체할 세 번째 기둥을 시민과의 토론 속에서 책임 있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김현우 탈성장과 대안 연구소 소장
김현우 탈성장과 대안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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