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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다. 몰랐다. 지금은 이 얼굴을 권하자까치가 둥지를 짓기 위해 가지를 물어 나르고 있다. ⓒ박임자 제공에헴. 인간 친구들에게 퀴즈를 하나 내보겄습니다.
둥지 짓기를 좋아하고 아량이 넓어 여름철새들에게 무료로 둥지를 임대해주는 새는? 딱따구리라고라? 쪼깐 맞기는 헌디 걔들은 주로 텃새들한테 그러고요, 여름철새에게 둥지를 임대해주는 건 바로 까치, 저 아니겄습니까!
올여름 SNS를 뜨겁게 달궜던 랜선 탐조의 주인공 새호리기는 다들 아시쥬? 그럼 그 새호리기가 어디에 둥지를 틀었는지는 아실랑가? 모르신다고라? 〈시사IN〉 제891호 임보일기도 안 읽 채무불이행 삭제 어보셨는갑네. 보령해저터널 홍보관 앞 CCTV가 달려 있던 철제구조물 맞은편 구조물에 지가 지어놓은 둥지에 입주하지 않았겄습니까. 어쩌다 한번 그런 거 아니냐고요? 그럼 7월 소쩍새 이야기는 기억하실랑가요? 소쩍새도 멀리서 왔다길래 지어놓은 둥지 하나를 무료로 세줬는디, 둥지를 떠나는 날 소쩍새 막내 녀석이 차도에 똑 떨어져서 옆에서 좀 지켜봤는디, 박 뭐 자동차매매계약 시기 책방지기가 나를 깡패 형처럼 만들질 않나. 못 믿겠다믄 〈시사IN〉 제882호 임보일기를 한번 보시든가.
까치 둥지에 여름철새인 파랑새가 입주해 있다. ⓒ박임자 제공
신혼부부 전세임대의 대상주택
까치는 부부가 함께 둥지를 짓는다. ⓒ박임자 제공
또 한 해는 책방 앞 큰 나무에 둥지를 지은 적이 있는데 아직 우리 새끼들이 나갈 때도 안 되얐는디 먼 나라에서 왔다고 파랑새가 둥지 앞에서 어서 나가라고 소리를 빽빽 지르길래, 괘씸 정기예금 해서 둥지를 안 내주려다가 먼 디서 와서 맘이 급해서 그랬다고 허니 부모 된 마음에 며칠 있다 둥지를 비워줬습죠. 5월에 온 솔부엉이한테도 둥지 하나 내줬고요.
얼마나 둥지를 잘 지었길래 이렇게 인기가 많은지 궁금하시다고요? 잘 들어보씨요. 우리는 11월 말부터 둥지 지을 나무를 점찍어 놓고 나뭇 간이사업자부가가치세 가지를 하나하나 가져다가 동그랗게 둥지를 짓습니다. 처음엔 가지를 올려놓으면 떨어지고 해서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그렇게 나뭇가지를 2000개 정도 쓰는데 긴 거는 1미터도 넘어 끼워넣는 데 20분도 더 걸리기도 하지만, 우리에게는 조상 대대로 건축 유전자가 흐르고 있어서 포기를 모르지요. 우리가 지은 둥지는 사람들이 둥지 위에 올라가서 뛰어도 까딱도 안 할 정도로 업계에서 알아준다는 말씀! 2월, 언 흙이 녹을 때쯤 되믄 흙을 부리로 물어다 둥지 안쪽에 미장을 하고 알 낳을 자리는 부드러운 재료들로 채우지요. 5월 초 새끼들을 다 키워서 내보낼 때까지 일 년의 반은 둥지를 짓고 새끼를 키우는 데 보내니 대단허쥬? 그렇게 정성 들여 지은 둥지를 여름철새들에게 무료로 세를 주고 있지요. 우리가 다시 보인다고요? 그런 얘기 듣자고 무료 임대사업을 하는 건 아니지만 덕분에 우리를 좀 이쁘게 봐주시면 감사하겄습니다. 요즘은 쓸 만한 나무들이 많지 않아서 CCTV를 다느라 설치한 철제 구조물이나 아파트 발코니 실외기, 전봇대 등도 솔찬히 사용하는디 들키면 철거당해 집 짓느라 헛고생만 하고 다른 곳을 골라 짓느라 한여름에 새끼를 키운 적도 있었습죠.
까치는 초겨울부터 둥지를 짓는다. ⓒ박임자 제공
주택난은 여름철새나 사람만 심한 게 아니에유. 박새나 참새 같은 텃새들도 주택난이 무지 심하다 하데요. 나나 물까치 같은 새는 나뭇가지로 둥지를 지으면 되는디 박새같이 구멍이 뚫린 공간이 필요한 새들은 둥지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소연을 하는데 내가 도와줄 수도 읎고. 새끼 키우면서 벌레도 엄청 잡아먹으니 집 주변에 구멍 뚫린 상자 하나 달아줘봐유. 어떻게 다는지 모른다고라? 그런 건 탐조책방인가 뭐시긴가에 물어봐유. 나는 둥지 짓느라 바빠서 이만!
박임자 (탐조책방 대표)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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