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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무개(56)씨는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 뜨거운 커피잔을 다리 위에 올려놓아도 감각을 느끼지 못한다. 뜨거운 잔은 다리 위가 아닌 쟁반 위에 올려두라는 누나의 주의를 듣고도 줄곧 까먹을 만큼 기억력도 손상됐다. 안씨는 침대 위에서만 생활하며, 밥을 먹는 것도 배변을 가리는 것도 가족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2017년 4월 21일. 타국에 온 지 7년 만에 당한 사고는 안씨에게 하반신 마비와 뇌 손상을 남겼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안씨는 중국에서 2010년 한국으로 온 재중동포 노동자였다. 처음 한국에 와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적응도 어려웠던 안씨는 여러 곳을 전전하다 2 1%주택대출 017년 서울 강서구의 한 신축공사 현장 배관팀에서 일하게 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이 ㄱ 사에 기계설비 공사를 하도급한 현장이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5일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안성 고속도로 공사장 붕괴 사고 현장 구간 시공사이기도 하다. 안씨는 휴대용 인양기구를 이용해 파이프 배관을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인양하는 작업을 하던 중 인양 고리가 한양대 대학원 부서져, 떨어지는 배관에 맞는 사고를 당했다. 머리, 이마를 포함한 얼굴, 목, 늑골, 발목뼈가 모두 부서졌다. 이마가 함몰되고 뇌가 손상됐다. 원청인 현대엔지니어링과 하청인 ㄱ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소송 과정은 안씨와 가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됐다. 원청인 현대엔지니어링 직원이 이 사건 현장 안전담당으로 근무하고, 안씨에게 직접 안전보 알티전자회생절차 건교육을 실시하고, 안씨 작업의 내용도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사고를 예방할 만한 원청의 조처는 없었다. 사고 당시 안씨는 고작 배관 담당으로 일한 지 39일이 된 노동자였고 안씨가 한 배관 인양은 위험한 작업이었지만, 현장에는 안전요원도 없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오히려 안씨에게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작업 당시 천장에 나 있는 일반전세대출 구멍과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못한 부주의가 있다”며 회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70%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현대엔지니어링은 또 사고가 발생한 2017년으로부터 3년이 지난 뒤 소송이 제기됐다며 소멸시효 주장까지 했다. 소송 중간에 ㄱ사 쪽 관계자는 안씨 가족에게 “사람이 죽어도 2억밖에 배상 못하는데, 회사 파산 신고하고 마는 게 낫다”는 말을 교사주5일제 하기도 했다.
안씨의 사고 이후 안씨의 간병을 도맡고 있는 누나(58)는 “죽었어야 되는 건데, 죽었으면 이만큼 회사에 손해를 안 끼치는 건데 죽지 않은 걸 미안해해야 하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며 “동생이 살아있는 게 죄라고 생각됐다. 어지간 하면 그냥 넘어가라는 그런 의미로 하는 말들이 너무 상처가 되고, 사람 만나기도 꺼려지고 밖을 돌아다니기도 무서울 정도였다”고 했다.
약 3년 간의 소송 끝에 안씨는 법원으로부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인천지방법원 민사22단독 이원재 판사는 지난 18일 현대엔지니어링과 ㄱ사가 안씨에게 9억4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안씨의 치료비와 병상에서 쓸 의료보조기, 간병비 등을 합한 비용이다.
법원은 현대엔지니어링에는 “사업주로서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공사 자재의 추락 또는 낙하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 필요한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ㄱ사는 안씨에 대한 안전배려 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로 이 사건 사고를 야기했다”고 보았다.
법원은 안씨의 과실과 관련한 회사 쪽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안씨는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있었고, 이 사건 사고는 안씨의 예상 범위 내에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안씨는 사고 발생일 전에는 유사한 작업에 참여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회사 쪽은 간병 비용과 관련해서도 “성인남녀 1인에 의한 4시간의 개호(간호)만이 필요함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12년간 성인 남녀 1.5명의 1일 12시간 개호가 필요하다’는 신경외과 감정의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특히 회사는 배상액 산정에 있어서 재중동포인 안씨의 소득을 한국 임금 기준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안씨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중화인민공화국 사람이므로 국내에서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이 경과한 때부터는 중국에서 얻을 수 있었을 소득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안씨는 2010년 입국 뒤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생활했고, 중대한 결격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체류 기간 연장을 통해 국내에 계속 체류할 수 있었고, 국내에 마련한 거주지에서 최초 입국일 이후 현재까지 계속 생활했다”며 회사 쪽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씨의 누나는 사고 이후 처음 안씨를 만났을 때의 모습이 아직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돈을 벌러 한국에 간다고 했던 동생이 이런 사고를 당하고 평생을 하반신 마비로 살아가게 될 줄은 몰랐다. 타국에서 외롭고 무서운 소송을 진행해야 했던 안씨의 누나는 “나중에 월급명세서를 보니, 동생이 한창 월급도 높아지고 있었고 일을 활발히 할 때 이런 사고를 당했다”며 “동생은 남은 평생을 간호를 받으며 살아야 하는데, 간호비를 12년으로 제한한 점은 아쉽다. 그래도 잘못 없이 억울하게 병상에 눕게 된 동생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인정해줘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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