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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의 한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니 특유의 고소한 향기가 풍겼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 주문했다. 가격은 4500원. 곧바로 나온 커피를 조심스레 들이켰다.
익숙한 커피 내음은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렸다. 얼추 시간이 지나자 카페인의 저릿한 느낌도 더해졌다. 커피 한 잔을 완전히 비워냈다.
반전이 있다. 이 카페는 ‘커피’를 팔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원두로 만들지 않았다. 다른 재료로 커피의 맛과 향을 구현한 ‘대체커피’만을 제공했다.
서울저축은행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도 대부분 ‘진짜 커피’와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이날 SNS를 보고 카페를 찾았다는 20대 대학생은 “가격도 다르지 않고, 마시면서 커피가 아니라는 생각을 못했다”고 말했다.
홀로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있는 한 일본인 관광객에도 ‘진짜 커피’와 차이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답 집합명사의종류 했다.
“네? 이게 커피가 아니라고요?”
서울 종로구 대체커피 매장에서 직원이 음료를 제조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커피가 멸종위기에 빠졌다. 기후변화에 따라 재배 면적이 좁아지며, 커피 원두 가격 52주 적금 은 연일 급등하고 있다. 심지어 재배·유통 과정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하며 ‘지속가능성’이 없는 식품의 대표격으로 일컬어진다.
하지만 커피는 ‘현대인의 필수품’. 계속해서 커피를 마시고자 하는 미래지향적 노력도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맛과 향을 그대로 구현하면서도 탄소 배출 등 부작용을 극복한 ‘대체커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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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400잔 먹는데” 곧 사라진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서울커피엑스포에서 업체 관계자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 [연합]
미국 뉴욕 국제상품 소상공인교육센터 거래소(ICE)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은 최고 단위(3만7500파운드)당 347.35달러까지 상승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해 1월 1일 종가(181.1달러)와 비교해 91% 상승한 수치다. 1년 만에 가격이 2배 늘어난 셈이다.
커피 원두값 급등은 극심한 이상기후에 따른 현상이다. 커피 원두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적도 근처 일부 지역에 불과하다. 비옥한 땅과 20도 내외의 평균기온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뭄으로 갈라진 땅.[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올해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35%를 담당하는 브라질이 7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 이로 인해 올해 브라질 아라비카 커피 생산량의 기대치의 75% 수준에 머물렀다. 커피 수출국 2위 베트남 또한 기온 상승에 따른 가뭄, 해충 피해에 따라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이같은 현상은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열대농업센터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커피 가능 재배 지역의 50%가 감소하며, 2080년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커피 품종이 대부분 멸종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 시내 한 마트에 진열된 커피 제품.[연합]
심지어 지속가능성도 담보할 수 없다. 커피는 극히 일부 지역인 ‘커피 벨트’에서만 재배되기 때문에 장거리 운송이 불가피하다. 물 사용량도 다른 작물에 비해 높다. 이에 대표적인 ‘탄소 배출’ 식품으로 분류된다. 향후 탄소 절감을 위해 생산 및 소비를 줄일 필요성이 크다는 얘기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커피 1kg을 생산·가공·운송하는 데는 평균 17kg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이는 소고기, 양고기, 치즈, 초콜릿 등에 이어 전체 식품군 중 5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통상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의 탄소 배출량은 300g. 한국인의 연간 커피 소비량이 평균 405잔인 것을 고려하면, 단 한 사람이 1년간 마신 커피에서만 121kg의 탄소가 배출된다. 약 18그루의 소나무가 1년간 흡수할 수 있는 양이다.
‘맛과 향’ 같은 대체커피 급부상
서울 종로구 한 매장에서 직원이 대체커피를 제조하고 있다. 김광우 기자.
대체커피는 이같은 기존 커피 원두의 단점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생산을 담보하기 위해 개발된 식품이다. 그간 커피의 대체품으로는 각종 곡물차 등이 대두됐다. 하지만 확연히 다른 맛과 향을 내며, 커피 수요를 줄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대체커피에도 커피 원두가 사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기존 커피와 유사한 맛과 향을 지녔다. 이에 커피 수요를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는다. 심지어 재료에 따라 카페인을 대체할 수 있는 ‘각성효과’를 지니기도 한다.
또 치커리, 민들레 뿌리, 허브 등 비교적 넓은 지역에서 나는 다양한 재료가 이용된다. 제조법에 따라 이용되는 재료도 제각기 다르다. 이 경우 ‘커피벨트’에서만 자라는 커피와 달리, 기후위기에 따른 가격 급등을 우려할 필요가 적다. 먼 거리를 운송할 필요성도 줄어든다.
대체커피 시장 선구자인 미국 아토모 커피 제조 모습.[아토모 커피 홈페이지 갈무리]
대체커피 시장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2019년 미국 아토모(Atomo) 커피 제품의 경우 탄소 배출량이 기존 커피 원두에 비해 93%, 물 사용량은 94%가량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추씨, 포도 껍질 등을 원료로 사용한 결과다.
아울러 기존의 대체커피는 카페인에 거부감이 있거나 친환경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을 위주로 판매됐다. 하지만 전 세계 커피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새로운 성장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서울 종로구 한 매장에서 판매하는 대체커피. 김광우 기자.
실제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27억달러(약 3조5000억원) 수준인 대체커피 시장은 2030년까지 53억달러(약 6조8500억원) 규모로 매년 8.9%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대체커피 거래에서 북미·유럽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이다. 이에 만만치 않은 커피 소비량을 가진 아시아 지역에서 ‘블루오션’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국내에서도 지난 2023년 12월 처음으로 로컬 대체커피 브랜드가 발족하며 관련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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