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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현 부회장 '메모리 회복 올인' 전략 가동
"메모리반도 에이스저축은행 체부터 살린다."
지난해 5월 DS부문장으로 취임한 전영현 부회장의 삼성 반도체 위기 극복 전략이다. 전 부회장이 작년 연말 인사에서 사장급이 맡는 '메모리사업부장'까지 겸직하는 초강수를 둔 것도 'D램만큼은 살려보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그리고 삼성전자 DS부문은 제품 설계, 공정 개발, 생산, 품질 등 전 분야에서 개혁 작 은행별정기예금금리비교 업에 들어갔다.
삼성전자가 그린 베스트 시나리오는 ① 올 상반기 중 HBM3E 12단 재설계 버전의 엔비디아 납품 ② 올 하반기 10나노미터(nm·1nm=10억분의 1m) 6세대 D램(1c D램) 양산 ③ 올 4분기 1c D램을 코어 다이로 하는 HBM4 양산 후 대형 고객사 납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만 되면 삼성전자는 '팀 엔비디아 사업자신용대출 '에 합류, 전성기 시절의 위용을 되찾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삼성 딜레마 (1) 단기간에 회복 어려운 기술 리더십과 실적
반도체 업계에선 '32년 메모리 1위' 삼성 반도체의 저력과 역사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은 목표라는 얘기가 나온다. 전 부회장이 자타공인 D램 전문가라고 해도 10년 정도의 기간 꾸준히 약화한 기 우리은행 예금담보대출 술력을 1년 만에 정상화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가 대형 고객사의 모바일용 D램 초도 물량을 미국 마이크론에 내준 게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품질 때문이 아닌 생산 능력과 생산량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반박이 나왔지만 '과거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요즘 삼성 안팎에선 "삼성전자의 장기전세대출 주력 사업인 D램 제품 기술력이 경쟁사 대비 2~3년 뒤처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D램 단품 경쟁력 회복 없이는 엔비디아에 HBM4를 대량 납품하는 것도 '언감생심'이다.
전 부회장이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곳곳에 약을 바르고 있지만 아물지 않은 환부가 한 두 곳이 아니라는 얘기가 전해진다. 조직 문화가 대표적이다. 직원들은 자신감과 애사심을 잃었고, 일부 임원들은 여전히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비현실적인 보고를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를 투명하게 드러내서 소통하는 반도체 고유의 치열한 토론문화를 재건하자는 전 부회장의 지난해 메시지는 좀처럼 녹아들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해 7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그레그 애벗 미국 텍사스 주지사(왼쪽)와 악수하고 있는 전영현 부회장.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삼성 반도체는 올 상반기 '고난의 행군'을 할 전망이다. 올해는 중국 CXMT가 저가 물량 공세 전선을 DDR4에서 DDR5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HBM을 제외한, 전체 D램 산업의 70%를 차지하는 범용 D램 관련 시장에서 전방위적인 가격 하락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규모 HBM 납품 계약은 지연되고,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에선 감가상각비 부담이 커지며 분기마다 수조(兆)원대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증권, SK증권 등은 삼성전자 DS부문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1조원대'로 내렸다. 2조5000억~3조원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분기 DS부문 영업이익 대비 1조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봤다는 것이다.(지난해 4분기 정확한 실적은 오는 31일 공개)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진들은 올 1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영업적자'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용 D램 가격 급락으로 메모리사업부의 흑자가 줄고 파운드리사업부의 적자가 늘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이 같은 관측이 현실화하면 삼성전자 DS부문은 2023년 4분기(2조1800억원 적자) 이후 5분기 만에 적자로 전환하게 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는 돼야 PC와 스마트폰용 범용 D램 수요도 커질 것"이라며 "올 상반기 부진한 실적에 대한 안팎의 비판을 경영진이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딜레마 (2) 메모리 살려도...무서운 中 D램 공습
삼성전자의 두 번째 딜레마는 어쩔 수 없이 메모리에 올인해야 하는 상황에서 출발한다. 천신만고 끝에 1c D램과 HBM 등 첨단 메모리 경쟁력을 살려놓아도 중국의 계속되는 기술 추격과 D램 물량 공세를 견딜 수 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늦어도 2030년께엔 한국이 중국에 내준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처럼, 전체 D램의 70%를 차지하는 범용 D램 시장을 중국이 장악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메모리 범용 시장을 중국에 내주면, 남은 길은 HBM 같은 고대역폭 메모리와 파운드리 같은 시스템 반도체다.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재료공학부)는 "과거엔 한국 기업들이 주력인 메모리에서 경쟁력을 지키는 게 우선순위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중국 CXMT의 거센 추격을 보면서 메모리 패권 수성의 어려움이 커졌다"며 "파운드리 같은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영역도 한국 기업이 사업 포트폴리오에 넣고 육성해야 할 상황이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 딜레마 (3) 포기할 수 없는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하지만 파운드리에선 1위 기업 TSMC와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당분간 '메모리'에 올인하기로 했기 때문에 점유율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점유율이 다가 아니다. 메모리에 집중하느라 향후 파운드리 기업의 승부처가 될 최첨단 패키징(서로 다른 칩을 쌓거나 수평으로 배치해서 한 칩처럼 작동하게 하는 것), 실리콘 포토닉스(전기 신호를 빛으로 바꿔 전달하는 기술) 등 미래 기술 관련 경쟁에서 삼성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지 않다.
최첨단 패키징은 nm 단위 칩 미세화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기업이 찾아낸 돌파구다. 여러 칩을 3nm 이하 초미세 공정을 활용해 만들고 최고의 성능을 내면 좋겠지만,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최첨단 패키징은 A칩은 3nm, B칩은 5nm, C칩은 14nm 등으로 제작한 뒤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TSMC는 올해 총 설비투자(CAPEX) 규모를 380억~420억달러로 제시하고 이 중 15%를 최첨단 패키징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TSMC의 올해 최첨단 패키징 투자액은 최대 63억달러다. 지난해엔 CAPEX 297억달러의 약 10%인 30억달러를 투입했다. 금액으론 '2배' 증가하는 것이다. 엔비디아의 GPU와 SK하이닉스의 HBM 등을 조합해 만드는 AI 가속기에 TSMC의 최첨단 패키징 기술 'CoWoS'가 활용된다. CoWoS 수요가 커지면서 투자를 크게 늘리는 것이다.
TSMC는 AI 데이터센터용 반도체의 전력 소모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실리콘 포토닉스와 관련해서도 지난 26일 "1년~1년 6개월 뒤 기술을 활용해서 칩을 양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를 최첨단 패키징할 때 투입될 전망이다.
"대규모 R&D 단지 'NRD-K' 가동이 기술력 회복 마중물"
최근엔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즈, 대만 UMC 등 파운드리 3위권 업체들도 최첨단 패키징 및 실리콘 포토닉스 투자를 늘리고 있다. 글로벌파운드리즈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공장에 '최첨단패키징 및 포토닉스 센터'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이곳에선 실리콘포토닉스를 중심으로 한 첨단 기술 R&D를 주도한다. UMC도 지난해 11월 'W2W 3D IC' 프로젝트를 가동, 최첨단 패키징으로 3D 반도체를 만들기로 했다. 여기엔 대만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 윈본드와 후공정 세계 1위 대만 ASE 등 대만 주요 반도체 기업이 합류했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주요 경영진. 앞줄 왼쪽에서 네번째가 전영현 부회장
삼성전자는 약간 다르다. 지난 5월 전 부회장 취임 이후 '2.xD', '3D' 최첨단패키징을 담당하는 AVP(Advanced Packaging)사업팀을 해체했다. TSMC에서 영입한 최첨단패키징 전문가 린준청 부사장도 회사를 떠났다. 현재 삼성전자의 최첨단패키징 투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연관 사업에만 집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첨단패키징 R&D의 경우 선행 기술 연구 조직인 반도체연구소에서 진행 중이다.
실리콘포토닉스도 지난해 6월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에서 "2027년 적용 목표"라고 밝혔지만, 이는 TSMC보다 2년 이상 늦은 시점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파운드리 투자를 줄이기로 하면서 실리콘 포토닉스 등 미래 기술 개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반도체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메모리부터 살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인 것은 이해하지만, 메모리를 제외한 분야의 R&D와 인력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당장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2019년께 HBM 담당 부서를 축소해 5년 뒤 고전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 향후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신중론도 나온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으로 반도체 권위자로 평가받는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는 "삼성전자 반도체 경영진이 '무엇이 문제인지'를 잘 알고 있고 경쟁력 회복 프로젝트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삼성 내부에서 '바뀌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저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매년 20조원 넘는 R&D 투자를 시행 중"이라며 "20조원을 투자해 짓고 있는 R&D 전용라인 'NRD-K'가 반도체 기술 경쟁력 회복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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