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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작엔 ‘딤섬의 여왕’ 정지선 셰프가 있다. 전통 재료인 시래기를 활용해 중국식 맛탕 빠스를 만드는 모습은 요리·서바이벌 예능에 식상했던 사람에게도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장면이었다. “모든 재료가 이븐(EVEN)하게 구워졌을 때”라는 ‘밈’을 탄생시킨 미슐랭 3스타의 주인공 안성재 셰프마저도 그녀의 ‘시래기 빠스 흑초 강정’을 맛보고 “미친 사람”이라고 말했다.
패자부활전이었던 편의점 미션에서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라면으로 중국 국수 요리 유포맨을 만들었고, 미션 참가자 중 유일하게 잔반을 변동금리대출 체크한 뒤 재료와 요리법을 변경하는 순발력 있는 모습으로 그녀가 왜 국내 최초 여성 중식 스타 셰프가 됐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지선이가 곧 있으면 국내에서 1인자가 될 거야”라고 말하는 ‘중식 요리 1인자’ 여경래 셰프의 한마디는 그녀에 대한 신뢰를 120% 상승하게 했다. 중식계에서 여자 셰프가 살아남기란 쉽지 않기에 더더욱 그녀가 미국카드연체 궁금했다. 2025년 푸른 뱀의 해를 맞아 정지선 셰프를 만났다.
<흑백요리사> 종영 후에도 열기가 뜨겁습니다. 어떻게 지냈나요? 새로운 일에 많이 도전하고 있어요.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행사에 참가하고, 해외에서 촬영도 하며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있죠. 제가 운영하는 매장 중국자동차 에서 못 했던 메뉴들을 보여줄 수 있어 즐거워요. 중국 유학 당시 배운 몇천 가지 요리를 보여줄 기회니까요.
정지선 셰프의 레스토랑에선 중식 하면 떠오르는 대표 메뉴인 짜장면과 짬뽕을 팔지 않죠. 파격적이라고 느꼈어요. 처음에 레스토랑을 오픈했을 때 바로 옆옆 건물에 중식당이 있었어요. 좀 더 걸어가면 또 다른 중식당이 있었고요. 그곳들 간이사업자대출 에서 짜장면과 짬뽕을 팔기 때문에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다른 중국요리를 보여주자는 생각이었죠. 남편이 매장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데 남편은 대중화된 메뉴를 선호하고, 저는 도전적인 메뉴를 선보이고 싶어서 많이 다퉈요.(웃음) 대체로 남편이 이기죠. 제가 셰프로 있지만 결국은 자영업자니까요. 생계와 제 꿈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가는 게 어려워요. 그래서 < 코아스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것이기도 하고요.
<흑백요리사>에서는 화려한 중식 요리가 다수 등장했습니다. 틀에 박힌 게 싫어 작정한 듯 다양한 메뉴를 보여주는 듯싶었어요. 덕분에 저희 매장에 여직원이 2명이었는데 방송 후 6명으로 늘었어요. 중식이 워낙 힘들다는 인식 때문인지 여자가 많지 않거든요. 제가 중국 대학에서 공부할 때도 학생 40명 중에 여자는 4~5명뿐이었어요. 여자라서 취업도 쉽지 않아 저도 인맥으로 겨우 취업했을 정도죠.
왜 중식업계에 여성이 드물까요? 위험하고 거치니까요. 저는 고등학생 때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취업했는데 주방은 그야말로 막노동이었어요. 주방에선 무거워서 뭘 들지 못한다거나 위험하다고 움츠러들 시간이 없으니 여자가 버티기 힘든 환경인 것 같아요.
거칠고 힘든 주방에서 홀로 어떻게 버텼어요? 가끔 꿈이 있는 친구들이 제게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데 그럴 때면 “조금 힘들고 괴로워도 그냥 버텨”라고 말해요. 제가 그랬거든요. 중식을 좋아해서 깡으로 버텼어요.
어떤 일이든 버티는 것이 가장 큰 덕목이죠. 중식을 선택했을 때 주변에 저를 응원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네가 할 수 있겠어?’, ‘어차피 조금 하다가 안 할 거잖아?’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죠. 되돌아보면 험한 말을 많이 들었어요.(웃음) 그런데 저는 못 하는 거나 안 되는 일은 없다는 주의예요. 신은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주지 않는다고 되새기면서 늦더라도 해보자고 생각하죠.
굉장히 노력형이잖아요. 새우 알레르기 때문에 냄새로 간을 가늠할 정도로 연습을 거듭한 일화가 유명하죠. 중식업계에서 버티려면 제게 다른 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체력으로 안 되니까 지식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죠. 중국요리를 배우는데 제가 손재주가 너무 없는 거예요. 중국요리는 화려하지만 또 섬세하거든요. 그래서 수업이 끝나고 밀가루 공예 학원에 갔죠. 또 알레르기는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방법을 생각했죠. 냄새를 맡아 밸런스가 깨지면 싱겁거나 단맛이 부족하고, 짠 내와 단내가 조화로울 때 감칠맛이 나더라고요. 그렇게 악바리처럼 노력했어요.
언제부터 요리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어요? 음…. 유학을 다녀온 뒤 대회에 참가해 상도 받고, 커리어가 어느 정도 쌓였을 때부터 자신감이 생겼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돌이켜보니 그때도 자신감은 없었던 거 같아요. 왜냐하면 첫 레스토랑을 오픈했을 때 주변에 나를 인정하지 않는 셰프님들이 있어서인지 움츠러들었거든요. 남편과 둘이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천천히 홍보하려고 했는데 여경래 셰프님이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려 주변에 알려졌죠.
여경래 셰프가 정지선 셰프를 보며 “지선이가 곧 우리나라 1인자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여경래 셰프님은 제가 요리하면서 가장 도움을 많이 받은 분이에요. 3년의 유학 생활 후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중식 업계에 여성 셰프가 드물어 이력서조차 받아주지 않았어요. 그런데 여경래 셰프님의 추천으로 취업할 수 있었죠. <흑백요리사>는 대본 없이 진행해 서로 어떤 말을 했는지 모르는데 방송에서 여경래 셰프님이 한 말씀을 듣고 감동받았어요. 항상 감사해요.
여경래 셰프님의 평가를 듣고 여태까지 한 노력이 보상받은 기분이었을 것 같아요. 그럼요. 열심히 한 게 돌아온 기분이었어요. 임신했을 때도 취업이 안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4개월까지 임신을 숨기고, 5~6개월 때는 중국요리 대회에 참가하고, 출산 전날은 물론 산후조리원에서도 외출해 일을 했어요. 그렇게 열심히 살았어도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았는데 이번 기회에 열심히 중국요리를 하는 셰프라는 걸 알리게 된 것 같아요. 제가 KBS2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출연 중인데 어떤 분이 저를 두고 “주말 예능에 나오는 개그맨”이라고 평가한 걸 봤어요. 굉장히 상처받았죠. 그런데 <흑백요리사>에 출연하면서 그동안의 서러움이 사라졌어요. 그리고 좀 더 많은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한국 사람이 중국요리를 잘한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요리는 잘한다는 기준이 없어요. 평가는 요리를 먹은 사람이 하니까 늘 긴장하고 노력해야 하죠. 저는 아직도 주방에 들어가 웍을 잡는 순간 긴장이 됩니다. 매일 잡지만 매일 다르니까요”
“제 삶은 처음부터 끝까지 ‘중식’입니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를 통해 정지선 셰프의 리더십이 화제가 됐죠. 30명에 달하는 직원의 매니지먼트를 어떻게 하나요? 질문을 많이 합니다. 주방을 돌아다니다 컨디션이나 분위기가 안 좋은 직원을 보면 “어제 뭐 했어?”라든가 “너 꿈이 뭐니?”라는 등의 질문을 하면서 대화를 이끌어내죠. 답변이 굉장히 다양해요. 행복에 대해 물으면 우리 세대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반면, 요즘 친구들은 지금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해요. 또 꿈에 대해 물으면 “지금 만족하는 것”이라고 해요. 저는 직원들하고 굉장히 편하게 지내요. 하지만 실수할 땐 화를 냅니다.(웃음)
어떤 실수에 화가 나나요?요리에서만큼은 철저하게 해요. 화는 낼수록 더 많이 나고 감정이나 에너지 소모가 심해 처음엔 조곤조곤 말로 설명해요. 그런데 세 번 정도 반복되면 소리를 지르죠.(웃음) 저는 국자로 맞으며 배우는 시대를 지나왔지만, 요즘 친구들은 생각 자체가 다르니까요.
직원들의 동기부여와 경험을 위해 해외 워크숍도 간다고 들었습니다. 다양한 식당에서 다양한 메뉴를 공부하듯 먹고 옵니다. SNS 검색보다는 현지 친구들이 추천하는 식당이나 로컬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을 가요. 이도 저도 아닐 땐 중국 사이트를 뒤져요. 중국이 워낙 크니까 항상 새로운 맛집이 있거든요. 저는 밤을 새우며 중국 사이트를 보는 게 습관이자 공부예요. 한 번에 공부하려면 양이 많아서 힘들지만 매일 보면 어렵지 않거든요.
“자기 멋에 취해 자신감이 과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 친구들은 성장하지 못해요. 손이 빠르고 겸손한 친구들이 좋아요. 그런 친구들에겐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죠” 삶이 처음부터 끝까지 중식이에요.(웃음) 힘들 땐 없어요? 힘들다고 생각하면 안 되고, 재미라고 생각해야 해요. 저는 슬럼프를 모르고 살았어요. 그런데 최근 ‘이게 슬럼프라는 건가?’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머리가 안 돌아가는 거예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니까 스트레스를 받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민을 많이 했는데 수액을 맞고 극복했어요. 수액을 맞고 나니까 한 달 동안 무엇을 먹어도 모르겠고, 무엇을 해도 자신이 없던 상태가 해결되더라고요. 수액이 답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지치지 않고 달려온 만큼 한 템포 쉬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요? 요리는 잘한다는 기준이 없어요. 평가는 요리를 먹은 사람이 하니까 늘 긴장하고 노력해야 해요. 매일 웍을 잡아도 매일 다르기 때문에 저는 아직도 주방에 들어가 웍을 잡는 순간 긴장감을 느껴요. 위험하고 거칠고 조금만 잘못하면 크게 다치기 때문에 더 그렇죠. 그래서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늘 거만하지 말라고 해요.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이 웍 돌리는 걸 좋아하고 스스로 잘한다고 하면 저는 “잘한다는 기준이 뭐니?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웍을 돌릴 수 있니?”라고 말해요. 오더 타임이 시작되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웍을 돌리는 게 쉽지 않거든요. 잘하는 것은 끝까지 하는 거예요. 직원들의 꿈을 짓누르는 게 아니라 거만하지 않고 겸손을 배우게 하려고 해요.
겸손해야 끊임없이 노력할 수 있죠. 저는 자기 멋에 취해 자신감으로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 친구들은 성장하지 못해요. 손이 빠르고, 센스 있고 겸손한 친구들이 좋아요. 그런 친구들에겐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죠.
2025년의 계획이 궁금해요. 제 레스토랑을 프랜차이즈로 만들 거예요. 또 저의 기본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딤섬 메뉴를 개발해 딤섬을 대중화하고 싶어요. 10년 뒤에는 딤섬, 중국요리를 말하면 정지선이 떠오르게 할 거예요. 아직도 미슐랭 3스타를 받는 것과 중식을 대중화하는 것 중 어느 것을 해야 내가 행복할지 고민하지만, 분명한 건 저는 10년 뒤에 더 업그레이드된 삶을 살고 있을 거예요. 그러려면 더 노력해야죠.
기획 : 하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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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 종영 후에도 열기가 뜨겁습니다. 어떻게 지냈나요? 새로운 일에 많이 도전하고 있어요.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행사에 참가하고, 해외에서 촬영도 하며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있죠. 제가 운영하는 매장 중국자동차 에서 못 했던 메뉴들을 보여줄 수 있어 즐거워요. 중국 유학 당시 배운 몇천 가지 요리를 보여줄 기회니까요.
정지선 셰프의 레스토랑에선 중식 하면 떠오르는 대표 메뉴인 짜장면과 짬뽕을 팔지 않죠. 파격적이라고 느꼈어요. 처음에 레스토랑을 오픈했을 때 바로 옆옆 건물에 중식당이 있었어요. 좀 더 걸어가면 또 다른 중식당이 있었고요. 그곳들 간이사업자대출 에서 짜장면과 짬뽕을 팔기 때문에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다른 중국요리를 보여주자는 생각이었죠. 남편이 매장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데 남편은 대중화된 메뉴를 선호하고, 저는 도전적인 메뉴를 선보이고 싶어서 많이 다퉈요.(웃음) 대체로 남편이 이기죠. 제가 셰프로 있지만 결국은 자영업자니까요. 생계와 제 꿈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가는 게 어려워요. 그래서 < 코아스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것이기도 하고요.
<흑백요리사>에서는 화려한 중식 요리가 다수 등장했습니다. 틀에 박힌 게 싫어 작정한 듯 다양한 메뉴를 보여주는 듯싶었어요. 덕분에 저희 매장에 여직원이 2명이었는데 방송 후 6명으로 늘었어요. 중식이 워낙 힘들다는 인식 때문인지 여자가 많지 않거든요. 제가 중국 대학에서 공부할 때도 학생 40명 중에 여자는 4~5명뿐이었어요. 여자라서 취업도 쉽지 않아 저도 인맥으로 겨우 취업했을 정도죠.
왜 중식업계에 여성이 드물까요? 위험하고 거치니까요. 저는 고등학생 때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취업했는데 주방은 그야말로 막노동이었어요. 주방에선 무거워서 뭘 들지 못한다거나 위험하다고 움츠러들 시간이 없으니 여자가 버티기 힘든 환경인 것 같아요.
거칠고 힘든 주방에서 홀로 어떻게 버텼어요? 가끔 꿈이 있는 친구들이 제게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데 그럴 때면 “조금 힘들고 괴로워도 그냥 버텨”라고 말해요. 제가 그랬거든요. 중식을 좋아해서 깡으로 버텼어요.
어떤 일이든 버티는 것이 가장 큰 덕목이죠. 중식을 선택했을 때 주변에 저를 응원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네가 할 수 있겠어?’, ‘어차피 조금 하다가 안 할 거잖아?’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죠. 되돌아보면 험한 말을 많이 들었어요.(웃음) 그런데 저는 못 하는 거나 안 되는 일은 없다는 주의예요. 신은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주지 않는다고 되새기면서 늦더라도 해보자고 생각하죠.
굉장히 노력형이잖아요. 새우 알레르기 때문에 냄새로 간을 가늠할 정도로 연습을 거듭한 일화가 유명하죠. 중식업계에서 버티려면 제게 다른 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체력으로 안 되니까 지식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죠. 중국요리를 배우는데 제가 손재주가 너무 없는 거예요. 중국요리는 화려하지만 또 섬세하거든요. 그래서 수업이 끝나고 밀가루 공예 학원에 갔죠. 또 알레르기는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방법을 생각했죠. 냄새를 맡아 밸런스가 깨지면 싱겁거나 단맛이 부족하고, 짠 내와 단내가 조화로울 때 감칠맛이 나더라고요. 그렇게 악바리처럼 노력했어요.
언제부터 요리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어요? 음…. 유학을 다녀온 뒤 대회에 참가해 상도 받고, 커리어가 어느 정도 쌓였을 때부터 자신감이 생겼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돌이켜보니 그때도 자신감은 없었던 거 같아요. 왜냐하면 첫 레스토랑을 오픈했을 때 주변에 나를 인정하지 않는 셰프님들이 있어서인지 움츠러들었거든요. 남편과 둘이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천천히 홍보하려고 했는데 여경래 셰프님이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려 주변에 알려졌죠.
여경래 셰프가 정지선 셰프를 보며 “지선이가 곧 우리나라 1인자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여경래 셰프님은 제가 요리하면서 가장 도움을 많이 받은 분이에요. 3년의 유학 생활 후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중식 업계에 여성 셰프가 드물어 이력서조차 받아주지 않았어요. 그런데 여경래 셰프님의 추천으로 취업할 수 있었죠. <흑백요리사>는 대본 없이 진행해 서로 어떤 말을 했는지 모르는데 방송에서 여경래 셰프님이 한 말씀을 듣고 감동받았어요. 항상 감사해요.
여경래 셰프님의 평가를 듣고 여태까지 한 노력이 보상받은 기분이었을 것 같아요. 그럼요. 열심히 한 게 돌아온 기분이었어요. 임신했을 때도 취업이 안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4개월까지 임신을 숨기고, 5~6개월 때는 중국요리 대회에 참가하고, 출산 전날은 물론 산후조리원에서도 외출해 일을 했어요. 그렇게 열심히 살았어도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았는데 이번 기회에 열심히 중국요리를 하는 셰프라는 걸 알리게 된 것 같아요. 제가 KBS2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출연 중인데 어떤 분이 저를 두고 “주말 예능에 나오는 개그맨”이라고 평가한 걸 봤어요. 굉장히 상처받았죠. 그런데 <흑백요리사>에 출연하면서 그동안의 서러움이 사라졌어요. 그리고 좀 더 많은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한국 사람이 중국요리를 잘한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요리는 잘한다는 기준이 없어요. 평가는 요리를 먹은 사람이 하니까 늘 긴장하고 노력해야 하죠. 저는 아직도 주방에 들어가 웍을 잡는 순간 긴장이 됩니다. 매일 잡지만 매일 다르니까요”
“제 삶은 처음부터 끝까지 ‘중식’입니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를 통해 정지선 셰프의 리더십이 화제가 됐죠. 30명에 달하는 직원의 매니지먼트를 어떻게 하나요? 질문을 많이 합니다. 주방을 돌아다니다 컨디션이나 분위기가 안 좋은 직원을 보면 “어제 뭐 했어?”라든가 “너 꿈이 뭐니?”라는 등의 질문을 하면서 대화를 이끌어내죠. 답변이 굉장히 다양해요. 행복에 대해 물으면 우리 세대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반면, 요즘 친구들은 지금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해요. 또 꿈에 대해 물으면 “지금 만족하는 것”이라고 해요. 저는 직원들하고 굉장히 편하게 지내요. 하지만 실수할 땐 화를 냅니다.(웃음)
어떤 실수에 화가 나나요?요리에서만큼은 철저하게 해요. 화는 낼수록 더 많이 나고 감정이나 에너지 소모가 심해 처음엔 조곤조곤 말로 설명해요. 그런데 세 번 정도 반복되면 소리를 지르죠.(웃음) 저는 국자로 맞으며 배우는 시대를 지나왔지만, 요즘 친구들은 생각 자체가 다르니까요.
직원들의 동기부여와 경험을 위해 해외 워크숍도 간다고 들었습니다. 다양한 식당에서 다양한 메뉴를 공부하듯 먹고 옵니다. SNS 검색보다는 현지 친구들이 추천하는 식당이나 로컬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을 가요. 이도 저도 아닐 땐 중국 사이트를 뒤져요. 중국이 워낙 크니까 항상 새로운 맛집이 있거든요. 저는 밤을 새우며 중국 사이트를 보는 게 습관이자 공부예요. 한 번에 공부하려면 양이 많아서 힘들지만 매일 보면 어렵지 않거든요.
“자기 멋에 취해 자신감이 과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 친구들은 성장하지 못해요. 손이 빠르고 겸손한 친구들이 좋아요. 그런 친구들에겐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죠” 삶이 처음부터 끝까지 중식이에요.(웃음) 힘들 땐 없어요? 힘들다고 생각하면 안 되고, 재미라고 생각해야 해요. 저는 슬럼프를 모르고 살았어요. 그런데 최근 ‘이게 슬럼프라는 건가?’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머리가 안 돌아가는 거예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니까 스트레스를 받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민을 많이 했는데 수액을 맞고 극복했어요. 수액을 맞고 나니까 한 달 동안 무엇을 먹어도 모르겠고, 무엇을 해도 자신이 없던 상태가 해결되더라고요. 수액이 답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지치지 않고 달려온 만큼 한 템포 쉬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요? 요리는 잘한다는 기준이 없어요. 평가는 요리를 먹은 사람이 하니까 늘 긴장하고 노력해야 해요. 매일 웍을 잡아도 매일 다르기 때문에 저는 아직도 주방에 들어가 웍을 잡는 순간 긴장감을 느껴요. 위험하고 거칠고 조금만 잘못하면 크게 다치기 때문에 더 그렇죠. 그래서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늘 거만하지 말라고 해요.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이 웍 돌리는 걸 좋아하고 스스로 잘한다고 하면 저는 “잘한다는 기준이 뭐니?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웍을 돌릴 수 있니?”라고 말해요. 오더 타임이 시작되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웍을 돌리는 게 쉽지 않거든요. 잘하는 것은 끝까지 하는 거예요. 직원들의 꿈을 짓누르는 게 아니라 거만하지 않고 겸손을 배우게 하려고 해요.
겸손해야 끊임없이 노력할 수 있죠. 저는 자기 멋에 취해 자신감으로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 친구들은 성장하지 못해요. 손이 빠르고, 센스 있고 겸손한 친구들이 좋아요. 그런 친구들에겐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죠.
2025년의 계획이 궁금해요. 제 레스토랑을 프랜차이즈로 만들 거예요. 또 저의 기본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딤섬 메뉴를 개발해 딤섬을 대중화하고 싶어요. 10년 뒤에는 딤섬, 중국요리를 말하면 정지선이 떠오르게 할 거예요. 아직도 미슐랭 3스타를 받는 것과 중식을 대중화하는 것 중 어느 것을 해야 내가 행복할지 고민하지만, 분명한 건 저는 10년 뒤에 더 업그레이드된 삶을 살고 있을 거예요. 그러려면 더 노력해야죠.
기획 : 하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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